시공자는 건축주와의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설계도면, 내역서 등 약정의 내용과 동일하게 시공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시공자가 아무리 시공을 잘 하여도 하자가 없이 건물을 완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특히 소규모 주택공사의 경우 시공자가 영세한 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실시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건축주로서는 더더욱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소규모 건축공사에서 발생하는 하자에 대하여 건축주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시공자의 하자담보책임
민법에는 도급계약의 수급인(시공자)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해서 그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으나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도급인은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건물의 완성 전에 하자를 발견한 경우
공사도급계약 상 공사대금 지급 의무와 하자보수이행의무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지급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즉, 건축물에 하자가 있는 것이 밝혀진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하자를 보수하거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때까지 이에 상응하는 금원 상당의 공사대금 지급은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시이행항변의 주장은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대법원도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은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관하여도 성립되고,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이라 함은 도급계약에 따른 일이 전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도급인이 하자보수를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하여야 할 하자의 종류와 정도를 특정함과 아울러 그 하자를 보수하는 적당한 방법과 그 보수에 요할 비용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봄으로써 하자가 중요한 것인지 또는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도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지 않는 것인지를 가려보아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공사대금 지급 거절의 범위
위와 같이 시공자의 하자보수의무를 이유로 건축주가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예컨대 하자는 일부인 반면 남아 있는 공사대금은 클 경우, 건축주는 공사대금 전체에 대한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사대금 전체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 대법원도 미지급 공사대금에 비해 지급해야 할 하자보수비가 매우 적고, 하자보수공사가 완성되어도 공사대금이 지급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도급인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건축주가 하자보수를 이유로 거절할 수 있는 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금원 상당에 한하는 것이므로 나머지 공사잔대금은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만약 하자가 보수되지 않으면 전체 공사금액에 대하여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면 이는 시공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대법원과 같이 판단하는 것이 당사자 간 형평에 부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자의 범위 및 손해배상액의 특정
그렇다면 건축주가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액수는 어떻게 특정을 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가장 정확한 것은 소송 중 법원 감정을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감정을 신청하기 전에도 개괄적인 하자의 특정은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특정을 하지 않고 감정을 신청하면 민사소송법 상 금지하고 있는 모색적 증거신청에 해당되어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먼저 건축시공기술자 등 전문가들과 해당 공사현장을 방문하여 하자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설계도면과 비교하여 현재까지 어떠한 부분이 미시공, 변경시공 및 부실시공되었는지 하자의 범위를 특정해 줄 수 있다. 건축주로서는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해당 하자의 내용을 특정하고 금액을 산정한 뒤 일차적으로 시공자와 협의를 해 볼 수 있고, 시공자가 이에 응하지 않거나 당사자 간 견해의 대립이 있어 합의가 어려울 경우 법원 소송을 통하여 정당한 하자보수금을 특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건물의 완성 후 하자가 발견된 경우
그런데 건물의 완성 시점까지 하자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한 경우 건축주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건축주로서는 시공자에게 하자보수를 요청하거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 이 때 건축주가 시공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때는 기한의 정함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민법은 건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해서 인도 후 5년간 담보의 책임이 있고, 그러나 목적물이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이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인 경우에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덧붙여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건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건축주로서는 건물이 이미 완성이 되었다면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간 내에 시공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상 소규모 건축공사를 이행하는 공사업체는 영세하다는 점, 법령 상 규정하고 있는 하자담보책임이 경과한 이후에는 하자보수요청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시공자로서는 준공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와 함께 건물의 전반적인 하자조사를 하여 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받는 것이 좋다.
결론
건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로서는 건축물에 어떠한 하자가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누수 등 눈에 띄는 하자가 아닌 이상 은폐된 부위의 하자, 저급한 자재로 변경시공 등은 모른 채 그대로 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건축주로서는 아무리 시공사가 공사를 잘 수행해도 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여 공사의 완성 전 또는 후에 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건축주의 권리를 행사함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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