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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네트워크 설비 하자소송, '인증'과 '호환성'을 둘러싼 공방의 실무 쟁점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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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하자소송에서 홈네트워크 설비, 특히 월패드와 홈게이트웨이를 둘러싼 다툼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었다. 입주자 측은 통상 두 가지를 문제 삼는다. 하나는 별도의 홈게이트웨이가 설치되지 않고 월패드만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월패드가 제조사가 다른 기기와도 자유롭게 호환되는지 여부다. 얼핏 기술적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관련 인증 체계와 산업 현실을 어디까지 반영해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갈린다.


한 아파트 단지의 하자소송에서도 이 문제가 정면으로 다뤄졌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세대 내에 설치된 월패드가 홈게이트웨이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고 보려면 별도의 기기인증과 상호연동 기능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해당 제품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홈게이트웨이가 아예 시공되지 않은 것과 같은 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에 설치된 홈네트워크 기기 전반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오시공 하자를 제기했다. 청구 금액만 놓고 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쟁점이 아니었다.


건설사 측 대응의 핵심은 인증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었다. 홈네트워크 기기에 요구되는 인증은 반드시 특정 명칭의 단일 절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파 관련 적합성평가나 전기용품 안전 관련 공급자적합성확인처럼, 소관 부처가 마련한 여러 인증 제도 중 하나만 충족해도 규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했다. 국가 표준과 인증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이 별도로 존재하고, 그 기관이 국가통합인증마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정이 요구하는 인증에는 이러한 통합인증도 포함된다고 봄이 합리적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관계 부처들이 유사한 사안에 대해 민원 회신과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같은 취지의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사정도 뒷받침이 됐다. 특히 여러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홈게이트웨이 기능이 내장된 월패드 다수가 관련 인증을 모두 받아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는, 이 사건에서도 유력한 방증 자료로 활용됐다. 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여, 해당 제품이 요구되는 인증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상호연동 기능을 둘러싼 다툼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입주자 측은 월패드를 다른 제조사 제품으로 교체하더라도 문제없이 호환되어야 진정한 상호연동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산업표준이 애초에 홈게이트웨이와 월패드가 별도로 설치된 경우를 전제로 마련된 것이었고, 실제로는 인증 대상으로 운용된 적조차 없이 폐지된 규정이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준공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어떤 제품으로 교체하든 호환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함께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설치된 월패드가 홈게이트웨이 기능을 내장한 채 단지서버와 연결되어 가스, 조명, 난방, 감지기 등 필수 제어 기능을 문제없이 제공하고 있다는 감정 결과도 그대로 유지됐다. 세대 내 기기와 단지서버 사이의 실질적인 상호교신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관계가 확정된 이상, 상호연동 기능이 결여됐다는 주장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을 아우르는 홈네트워크 설비 오시공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홈네트워크 설비 하자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인증 규정의 문언만 기계적으로 대입해서는 방어가 어렵다. 소관 부처의 실제 운용 사례와 유권해석, 관련 산업표준의 제정 배경과 개정 연혁까지 폭넓게 조사해 법원에 제시할 수 있어야 승산이 생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설비일수록 준공 당시 기준과 현재 기준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결국 승패를 가른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관련 산업표준 자체가 사후에 폐지되거나 다른 규격으로 대체된 경우라면, 그 표준이 실제로 인증 절차에서 어떻게 운용되었는지를 입증하는 작업이 승패의 분수령이 된다. 문언만 보면 원고 측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더라도, 해당 표준이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었다는 점을 소명하지 못하면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준공 당시 시행 중이던 법령과 고시, 이후의 개정 이력, 소관 부처의 유권해석 자료를 시계열로 정리해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설 관련 분쟁을 다수 다뤄본 로펌이라면 이러한 기술표준의 변천 과정을 정확히 짚어내고, 법리적으로 구성해 제시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결국 하자소송은 법리 다툼인 동시에 기술 자료 싸움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