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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마루 두께 상이시공, 도면 수치만으로 하자를 단정할 수 있을까?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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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소송에서 자재 두께나 시공 두께를 둘러싼 다툼은 흔히 발생하는 쟁점이다. 도면에 적힌 수치와 현장에서 실측한 수치가 다르면 곧바로 하자로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마루 바닥재 두께를 둘러싼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입주자 측은 설계도서에 마루 바닥재 두께가 10㎜로 지정되어 있는데 실제 시공된 제품은 7.5㎜에 불과하다며, 부족한 두께에 해당하는 자재비 차액을 하자보수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도면 수치와 실측 수치가 다르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하자가 성립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면에 기재된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숫자 하나의 차이만으로 하자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준공 당시의 자재 유통 현실을 살펴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시 강마루 시공에 사용되는 완제품 가운데 7.5㎜ 두께 제품이 사실상 시장의 일반적인 규격이었고, 10㎜ 두께의 제품은 유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해당 아파트에서만 별도의 설계상·시공상 이유로 일반적인 시장 규격보다 두꺼운 마루판을 사용해야 할 사정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기에 시공된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유사한 규격의 자재가 사용됐다면, 도면의 10㎜라는 수치를 마루판 자체의 두께로 단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시공 공법의 특성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다. 강마루는 일반적으로 바닥에 일정한 두께의 접착제를 도포한 뒤 마루판을 눌러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따라서 실제 시공 후 형성되는 마감층의 두께에는 마루판뿐만 아니라 접착제 층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마루판 자체의 두께만 떼어내 설계도서의 수치와 비교하면 실제 시공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설계도서에 기재된 10㎜라는 수치가 마루판 자체의 두께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접착제 층 등을 포함한 최종 시공 두께를 예정한 것인지를 먼저 해석해야 한다. 여기에 당시 실제로 유통되던 자재의 규격과 통상적인 시공 방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시장에서 사실상 구하기 어려웠던 규격의 자재를 당연히 시공했어야 한다는 전제로 도면을 해석하는 것과, 당시 유통되던 자재와 일반적인 시공 공법을 전제로 도면을 해석하는 것은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 법원도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해당 부분을 하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시공 당시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던 규격을 기준으로 두께 미달을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접착제 층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면 도면의 표기 수치와 실측된 마루판 두께만을 기계적으로 비교해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감정 결과에서 두께 차이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하자 여부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감정은 실측된 사실을 보여줄 수 있지만, 그 수치가 설계도서가 예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것인지, 나아가 법적으로 하자에 해당하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그 차이가 발생한 이유와 설계도서의 의미를 함께 규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마루 두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몰탈 두께나 방수층 두께처럼 설계도서의 수치와 현장 실측값을 단순 비교해 하자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시공 당시의 자재 시장 상황, 해당 공법에서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부자재의 존재, 실제 시공 관행, 설계도서의 작성 및 표기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이런 맥락을 소송 초기부터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단순한 수치 비교만으로 불리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재의 유통 여부나 당시의 시장 상황을 입증할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준공 당시의 자재 카탈로그, 제조사 자료, 거래 내역, 납품서류, 유사 현장의 시공자료 등을 가능한 한 일찍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마루 두께를 둘러싼 하자 분쟁은 도면 수치와 실측 수치를 단순히 대조하는 것만으로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설계도서의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시 어떤 자재가 실제로 유통되고 있었는지, 해당 공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공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비로소 실체에 가까운 판단이 가능하다. 


하자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의 차이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숫자가 실제 시공과 설계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자재 유통 현황이나 시공 관행을 뒷받침할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지는 만큼, 소송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쟁점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러한 실무적 맥락까지 함께 짚어내는 것이 하자소송에서 설득력 있는 방어 논리를 구성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